화해의 속 뜻 - 김찬선 신부님
오늘 주님께서는
하느님께 예물을 드리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를 하라고 하십니다.
부모를 찾아뵈러 가기 전에
형제와 먼저 화해를 하라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관계-기도는 충실히 하면서
이웃과의 수평적인 관계-사랑은 소홀히 하는 것은
안 된다는 뜻입니다.
바벨탑 얘기가 담고 있는 뜻이 여러 가지이지만
이런 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하늘에 닿으려고 탑을 높이 쌓다가
이웃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느님은 저 위에 계시어
거기까지 기어 올라올 수 있는 사람과 만나주시는
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시는 분이십니다.
사랑이시기에 사랑의 관계 안에 계시는 것이지요.
그러니 당신을 만나려면 단절된 관계를 풀라고 하
십니다.
그런데 화해하라고 하신다고 화해가 되는 것이 아
닙니다. 아니 내가 스스로 화해하려고 해도 화해가
되지 않습니다.
잘 지내자고 찾아가 악수를 했는데도 화해가 되지
않습니다.
和解, 이 한자어의 뜻을 잘 보면 이유가 없지 않습
니다. 和하려면 먼저 解를 해야 합니다.
화해란 다 풀어버리고 잘 지내는 것인데
그와 잘 지내기에 앞서 내 안의 풀 것을 다 풀어야
합니다. 무엇을 풀어야 합니까?
미움의 감정.
분노의 감정.
복수의 감정.
질투의 감정.
서운한 감정.
한 마디로 내 안의 모든 惡感情을 풀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악감정을 갖게 한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악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나를 봐야 합니다.
그에게 나의 감정 해소를 책임지우지 말고
나의 감정은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우리가 분노할 때
나에게 그렇게 한 사람에 대해 분노하는 것 같지
만 사실은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해
더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를 향하는 분노의 화살을 그에게 돌렸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제 우리는
그런 말에 서운했던 나의 옹졸함에서 벗어나야 합
니다. 그런 말에 상처받았던 나의 허약함을 진정
강인하게 해야 합니다.
그의 계략에 넘어갔던 나의 허술함을 극복해야 합
니다. 한마디로 전에는 그로 인해 내가 악감정을
가졌으나 이제는 그로 인해 넓어지고 강해지고
성숙해져 더 이상 그에 의존하지 않고
나를 진정 사랑하게 되어야 합니다.
그 대신 하느님 사랑으로 충분하여
그와 상관없이 진정 행복하게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나의 삶에서 그를 배제하고
오직 기도만 하며 하느님과만 잘 지내려던 나에서
이제 그와도 잘 지내고
그와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고
그와 함께 예물을 봉헌하러 가는 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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