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가보니 외국에서 교환학생이 와 있었다. 그냥 내 자리로 가려는데 내 짝이 큰 소리로 “숭인이는 학교에 잘 안 나오니까 숭인이 자리에 앉으면 돼”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교실에서 나와 버렸다.
이 일은 내게 깊은 상처가 되었고 이후 나는 매일 학교에 간다고 나와서는 혼자 영화를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쫓아다녔다.
재수를 하고 대학교에 가긴 했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었다. 매일 매일이 우울했고 학교도 안 나가고 계속 집 안, 내 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친하게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에 온갖 종류의 책들을 읽었지만 아는 것만 많아질 뿐 정작 나는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지쳐갈 무렵에 우연히 마음수련 책자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그해 겨울 방학에 ‘대학인을 위한 마음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살아온 삶을 깊이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나의 살아온 삶이 사진 혹은 영화 필름처럼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저장이 되어 있었다. 돌아보니 나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그게 똑똑한 것인 줄 알았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나의 평가나 세상사를 보는 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항상 나만 힘들었고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처음 수련을 할 때는 나에게 함부로 대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에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며 부모님을 원망했던 기억도 많이 떠올랐다.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볼수록 주위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나의 마음 씀씀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까지도.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어야만 했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은 무시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는 열등감을 느꼈다. 들여다볼수록 나의 마음이 너무나 추해서 계속 눈물만 나왔다.
내가 왜 힘들 수밖에 없었는지 바로 답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좁은 마음과 틀을 가지고 있으니 세상이 이런 나와 맞을 수가 없기에 무엇을 해도 힘이 들었던 것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 마음의 벽 때문이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수련을 하다 보니 정말 나라도 나 같은 아이와는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항상 안 좋은 점을 찾아내고, 우울하기까지 한 사람과 대체 누가 어울리고 싶어 할까.
내가 얼마나 위선적이며 이중적인지도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